어느덧 2009년도 보름남짓밖에 안남았다.
매년 이맘때면 느껴지는 허탈감과 아쉬움.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른 이놈에 건망증..

내 나이가 많아질수록 부모님은 늙어가시는구나 싶어 한해한해 느낌이 다르다.
늘 엄마한테 립서비스만 하고 제대로 뭐하나 해드린것도 없는데 엄마는 자꾸 늙어가신다.
‘엄마’란 단어만으로도 눈물이고 애틋한데...
엄마가 아프고 늙어가시는 모습을 볼때면 애처롭기 그지없다.

이번 동계휴가엔 엄마랑 놀아드리기로 마음먹고 고향엘 내려갔다. 딸이 온다고 하면 엄마는 늘 그렇듯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준비해노신다. 비싼 고기반찬은 아니더라도 이번에도 생굴, 김치, 도토리묵, ..을 해주셨다. 오후2시에 도착한다고 하면 12시부터 터미널에 나와 계시는 울엄마.

난 어렸을때부터 엄마랑 손잡고 재래시장 구경가는 걸 좋아했다.
이번에도 엄마랑 재래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엄마는 시장입구에 있는 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난 왜 그런걸 찍냐고 했고 엄마는 미리 찍어두면 오래산단다..하며 날 설득시켰다.

올해 칠순인 엄마는 갑자기 무슨일이 생기면 영정사진없어 우와좌왕 할 자식들 생각을 한것같다.
엄마가 원하시기에 사진을 찍기로 하고 미장원에서 드라이도 하고
내가 뽀샤시하게 메이컵도 도와드렸다.
첨엔 찜찜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사진관 사장님은 장수사진이라며
좋은선물 해드린거라고 하셨다.

특별히 살건 없었지만 재래시장으로 들어가 가볍게 점심을 먹기로했다.
엄마가 가끔 가신다는 시장내에 있는 팥죽집...
거기서 새알대신 칼국수가 든 팥칼국수랑 순대를 시켰다.
오랜만에 먹어본 팥칼국수는 3500원이었다.  가격대비 훌륭한 간식거리였다.
몇해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오셔서 더 유명해진탓으로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손님이 꽤 있었다...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 꽃이 폈다...예전같으면 막걸리도 한잔했을터인데...
엄마 건강상 못먹은게 조금 아쉬웠다...

엄마는 딸이 오면 할것들을 미리 생각해노시고 딸을 기다리신것 같다.
딸이 자식으로써만이 아니라 애인처럼 친구처럼 느껴지신거다.
엄마와 짧은 3일을 보내고 우리 모녀는 또 이별을 했다.
어김없이 또 터미널로 배웅을 나오신다...
손을 흔드시는 엄마 모습이 멀어져가면 콧잔등이 시큰시큰해지다
결국 눈물 한방울 뚝 떨어지고만다.

내나이가 몇살쯤 되면 엄마랑 쿨하게 이별할수 있을까...
아마도 엄마와 딸로 사는 이상 그런날은 없을것같다....

엄마~~~~금방 또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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